진코어, 초소형 크리스퍼 원천기술로 글로벌 제약사 계약
축적된 기술사업화 노하우 "기초연구 출연연 중 압도적 1위"

생명연 연구소기업 진코어의 김용삼 대표. 진코어는 사업화 성공 시 미국 보스턴 소재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최대 3.5억 달러(약 4500억원)에 달하는 기술료를 마일스톤으로 받을 예정이다. [사진=이유진 기자]
생명연 연구소기업 진코어의 김용삼 대표. 진코어는 사업화 성공 시 미국 보스턴 소재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최대 3.5억 달러(약 4500억원)에 달하는 기술료를 마일스톤으로 받을 예정이다. [사진=이유진 기자]
생명연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다. 기업 '진코어'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가위 개발을 통한 유전자치료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앞으로 미국 보스턴 소재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하며, 사업화 성공 시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5000만 달러(약 4500억원)에 달하는 기술료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9일 대덕특구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성과를 공개했다. 유전자가위란 말 그대로 생명체가 보유한 DNA의 특정 부위를 인식, 절단하는 분자생물학적 도구다. 변이가 있는 DNA 부위를 잘라냄으로써 희귀질환을 정상 기능으로 되돌린다. 

유전자가위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탐색과 가위 기능이다. 이들의 역할을 모두 지닌 기술이 바로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이다.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두 여성이 이 기술업적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크리스퍼 캐스나인은 유전질환을 타깃하는 정확성이 떨어져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위 자체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다.

진코어의 핵심은 가위 크기의 최소화다.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반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확보해 지난 2019년 창업에 성공했다. 앞서 창업 보육 과정에서 36억원, 171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김용삼 진코어 대표는 "크기 자체가 작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낮고, 유전질환까지 전달력이 높다. 다른 질환으로서의 확장성도 높다"며 "보스턴 기업과는 향후 3년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가지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는 생명연의 기술사업화 노하우 덕분이다. 생명연은 체계적인 기술사업화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 R&D 성과가 바이오산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이오니아, 제노포커스, 파멥신, 수젠텍, 플라즈맵 등이다. 

생명연은 그간 총 31개의 연구원 창업기업을 설립했다. 2000년부터 자체 운영 중인 창업보육센터에선 지금까지 81개의 기업을 지원했다. 

생명연은 기술사업화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지난 14년부터 22년까지 계약금 10억원 이상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24건 체결했으며, 기술이전 계약금과 기술료 수입액은 각각 지난 3년 대비 902.5%, 60.5% 대폭 상승했다. 기초원천 연구 분야 출연연 중 기술사업화 성과는 생명연이 압도적인 수준이다.  

김 대표는 "유전자가위 분야 시장이 아직까지 국내에선 활성화되지 않아 두려움도 많았지만, 용기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생명연 덕분"이라며 "여기서 둥지를 틀고 초기 연구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생명연에 있는 창업지원시스템 등을 통해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홍원 생명연 바이오경제혁신사업부장은 "기술사업화 부분은 생명연이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향후엔 산업수요 중심 특허전략 도입 등 연구원 자체 제도 개선을 통해 기술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독립법인 TLO 설립도 구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바이오 기술사업화 플랫폼 혁신을 통해 연구실 차원의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기술성숙도를 높여나가 현재보다 월등한 수준의 블록버스터급 기술사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의 기술사업화 관련 정책적 지원과 함께 전문인력 증원과 같은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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